글밭/시(詩)를 찾아서[1]

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시인

꿈꾸는 초록강 2009. 1. 15. 14:41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 2005년도 제19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박정대 시인

 

1965년 강원 정선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1990년 <문학사상>신인상 등단

시집<단편들><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김달진 문학상 수상,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2005)

 

자료출처 :소월시문학상작품집, 박정대외, 문학사상사, 2004

 

Posted by 남한강 15.01.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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