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시(詩)를 찾아서[2]

어머니날 1 -이정우 시인의 시(詩)

꿈꾸는 초록강 2010. 5. 7. 22:48

            
 

어머니날 1

 

이정우 시인

 

어머님,

어릴 적 그대로 아직도 고집 센 이 아들이

올해 어머니날엔

어미 없는 자식이 되긴 싫어

분홍빛 카네이션 꽃을 들고

여기 고향 산소에 와 섰습니다.

 

어머님,

떼잔디 두 달만에 다 자라지도 않은

요새 고향만큼 또 낯설은

오월의 무덤가에

살아 생전 속상해 드리던 맏아들을

거기 누워 오히려 어여삐 보시겠지요.

나무라지 않으시고 측은히 바라보고 계시겠지요.

 

어머님,

어머니날의 어머님은

너무 멀리 계시지 않아야 하지요.

그런데 하늘나라는 아득히 얼마나 멉니까.

산 너머 비 개인 하늘은 드높이 눈부셔서

이 무덤가에선 더욱

한없이 멀기만 합니다.

 

             

출전:<엄마 어머니 어머님>, 김영채 엮음, 삼일서적, 1990

출전:<엄마 어머니 어머님>, 김영채 엮음, 삼일서적,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