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조용할 때
김용택 시인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 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그 고운 손길이 내 등 뒤로 돌아올 때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 날 저물면 강가에 앉아 나를 들여다보고 날이 새면 강물을 따라 한없이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바람이 부는데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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