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시(詩)를 찾아서[2]

분홍강-이하석 시인의 시(詩)

꿈꾸는 초록강 2010. 4. 16. 23:16

분홍강 / 이하석 시인

 

 

내 쓸쓸한 날 분홍강 가에 나가

울었지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사월, 푸른 풀 돋아나는 강 가에

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

나는 불렀지요. 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

 

당신은 따뜻했지요.

한 때 우리는 함께 이 곳에 있었고

분홍강 가에 서나  앉으나 누워있을 때나

웃음은 웃음과 만나거나

눈물은 눈물끼리 모였었지요.

 

지금은 바람 불고 찬 서리 내리는데

분홍강 먼 곳을 떨어져 흐르고

내 창 가에서 떨며 회색으로 저물 때

우리들 모든 모닥불과 하나님들은

다 어디 갔나요?

천의 강물 소리 일깨워

분홍강 그 위에 겹쳐 흐르던.

 


 

시의 출처:<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안도현 엮음, 나무생각,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