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시(詩)를 찾아서[2]

봄길-정호승 시인의 시(詩)

꿈꾸는 초록강 2010. 4. 12. 18:37

봄길 / 정호승 시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시의 출처: 『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 지음, 열림원,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