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시(詩)를 찾아서[2]

내 본질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꿈꾸는 초록강 2010. 4. 6. 03:45

 

 

내 본질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본질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이 시간이면 나의 감각은 깊어지니까요.

마치 오래된 편지에서 느끼는 것처럼

이떄 나는 지나온 나날의 삶의 모습을

저만치 전설처럼 아득하게 바라봅니다.

 

어두운 시간은 내게 알려줍니다. 또 다른 삶에 이르는

시간을 넘어선 드넓은 공간이 내게 있음을.

 

그리고 어쩌다 나는 한 그루 나무와 같습니다.

묘지 위에 자라나 바람결에 가지를 흔들며

죽어간 소년이 슬픔과 노래 속에서 잃었던

(그의 주변애는 따스한 나무 뿌리가 얽혀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어 주는 그 나무와 같습니다.

 

『기도시집 Das Stunden Buch』

  제 1부 「수도사 생활의 서」에서 

 

 

 

 출처:소유하지 않는 사랑,라이너 마리아 릴케,김재혁 옮김,고려대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