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시(詩)를 찾아서[2]

샤갈의 그림과 함께하는 김춘수 시인의 시(詩)

꿈꾸는 초록강 2010. 3. 5. 22:36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시인

  

나와 마을-Marc Chagal(1887-1985)

 

샤갈의 마을에는 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三月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농민의 생활-Marc Chagal(1887-1985) 

  

 * 시의 출처: 김춘수 전집, 김춘수 지음, 서문당, 1986   
* 그림출처:서양의 미술 2 샤갈, 정문규, 서문당,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