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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의 여행법- 뜨거운 가슴을 찾아서

꿈꾸는 초록강 2009. 5. 21. 00:26

여행을 할 때는....

 체 게바라(Ernesto Guevara)

 

    

 

비가 오면

빗물은 길을 따라 흐른다.

자연을 거닐면서도 말없이 침묵을 지키다 보면

우울한 충동이 길을 따라 일게 마련이다.

한 철교 밑으로 흐르는 강물이

날 선 절벽을 깍아지르며

불꽃같은 거품을 만들고 있었다.

순간 , 그 속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이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내 시선은 자꾸 돌아섰다.

자신을 두고 떠나지 말라는 듯

물살은 더욱 거세게 등 뒤로 흘러갔다. 

 

    

 

 여행을 하면서 ,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지 말자.

 보이는 것들 안에서 정작 보고 싶은 것들을 찾아가는 것만이

 진정한 여행일 것이다.

 만나는 도시마다 화려한 제단과 성당보다는 병원과 환자들

 의 아픔을 ,

 통치자들의 의회보다는 경찰서의 수감자들을,

 유명한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나 박물관보다는

 길을 거닐며 만나는 행인의 삶과

 그들 속에 들어 찬 고통을 보자.

 그래야만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에 들어 찬

 그 무엇을 느낄수 있는 것이다.

 

 방문하는 곳마다 그 지역 사람들의 친절함을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병원을 가보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나의 여행은 계속된다.

  

 

시인 네루다처럼 , 마음을 굳게 먹고, 나는 저 멀리서 비추는

황혼 빛마저 놓치지 않기 위해 달려간다. 안데스 산맥, 피타고

니아의 호수들, 발파라이소의 신비한 언덕들, 칠레 사막지대의

광대한 노천 구리광산, 그리고 페루 티티카카 호수와 마추픽추

의 언덕에 고여 있는 잉카문명의 흔적들을 보고 있노라면, 칠

레의 시인 네루다가 느낀 감동이 느껴진다.

여행을 통해 보고 겪은 세상은 마치 같아 보이면서도 서로 다른

모습이다.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내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본다.

세상과 마주 서는 법을 배우는 자신을,

일말의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눈을 부릅뜨는 자신을,

그렇게 세상과 마주서서

부릅뜬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풍경을

자기만의 가슴에 담아 내려는 자신을.

 

 

 내가 본 것이 옳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치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에 떨어진 동전이 앞면일 수도 있고 뒷면

일 수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적어도 만물의 척도인 인간으로

서 우리는 우리가 보고 느낀 것들을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내야

만 한다. 내 입은 내 눈이 실제로 본 것만을 설명할 수 있으며

나의 지성은 내가 가슴으로 느낀 것에 대해서만 진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길에서 맞는 새벽은 어제의 기억을 증발시킨다. 그때마다 

강열하게 떠오르는 해는 내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남미

인인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밤이 되면 떠오르는 총총한 별빛을

볼 때마다, 이 위대한 대륙의 아주 작은 일부임을 느꼈듯이.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은 네가 있기에 가능하다.

 내가 너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밤마다 똑같은 별빛을 바라

 보 고 느끼는 가슴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나는 이 대륙의 길 어귀마다 서려 있는 그 무엇은 인

 간의 아픔이다. 때론 내가 가슴으로 쓸고 지나가야할 아픔들

 이 너무 많다는 데서 나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 '뜨거운 가슴을 찾아서'중에서-      

 

     

           체 게바라 Ernesto Guevara 1928.6.14~1967.10.9

  

  * 출처 : 체 게바라 어록, 체 게바라지음, 김형수 엮음, 시학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