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마음의 뜰

다시 길 떠나며-법정 스님의 잠언

꿈꾸는 초록강 2010. 3. 12. 01:36

다시 길 떠나며-법정

 

 

이 봄에 나는 또 길을 찾아 나서야 겠다.

이곳에 옮겨 와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는 새로운 자리로 옮겨 볼 생각이다.

수행자가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안일과 타성의 늪에 갇혀 시들게 된다.

다시 또 서툴게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영원한 아마추어로서 새 길을 가고 싶다.

 

묵은 것을 버리지 않고는

새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미 알려진 것들에서 자유로워져야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내 자신만이 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그 누구도 내 삶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나는 보다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없는 듯이 살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그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

 

나는 내 삶을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 누구도 닮지 않으면서

내 식대로 살고자 한다.

 

  

자기 식대로 살려면

투철한 개인의 질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질서에는 게으르지 않음과

검소함과 단순함과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음도 포함된다.

 

그리고 때로는 높이높이 솟아오르고

때로는 깊이깊이 잠기는

그 같은 삶의 리듬도 뒤따라야 한다.

 

 

 * 글의 출처: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지음, 조화로운 삶,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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