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어린님들에게

3월의 하늘-박두진 시인의 시(詩)

꿈꾸는 초록강 2010. 3. 1. 03:01

3월의 하늘  

 

박두진 시인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3월 하늘에 뜨거운 피무늬가 어려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대지의 뜨거운 살과 피가 젖어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조국은 우리들의 조국

우리들의 겨레는 우리들의 겨레

우리들의 자유는 우리들의 자유이어야 함을 알았다

 

아, 만세, 만세,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우리들의 가슴 깊이 피 터져 솟아나는

우리들의 억눌림, 우리들의 비겁을

피로써 뚫고 일어서는

절규하는 깃발의 뜨거운 몸짓을 알았다.

 

유관순 누나는 저 오를레앙 쟌다르크의 살아서의 영예

죽어서의 신비도 곁들이지 않은

순수하고 다정한, 우리들의 누나

흰 옷 입은 소녀의 불멸의 순수

아, 그 생명혼의 고갱이의 아름다운 불길의

영웅도 신도 공주도 아니었던

그대로의 우리마음, 그대로의 우리 핏줄

일체의 불의와 일체의 악을 치는

민족애의 순수 절정, 조국애의 꽃넋이다

 

아, 유관순 누나, 누나, 누나

언제나 3월이면, 언제나 만세 떄면

잦아 있는 우리 피에 용솟음을 일으키는

유관순 우리 누나, 보고 싶은 우리 누나

 

그 뜨거운 불의 마음 내 마음에 받고 싶고

내 뜨거움 맘 그 맘속에 주고 싶은 

유관순 누나로 하여 우리는 처음

저 아득한 4월의 고운 하늘

푸름 속에 펄럭이는 피깃발의 외침을 알았다

 

 유관순 열사 동상 (이화여고 홈페이지에서)

 

시의출처: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삼일서적,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