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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도- 정채봉님의 동화와 잠언

꿈꾸는 초록강 2008. 12. 3. 16:47

아름다운 기도  

 정채봉 

 

 

 기도 

"쫓기는듯이 살고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끝에 풍경소리를 알아 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도 어울어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 하소서.

 

 

 

돌틈에서 피어난 민들레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기도를 마친 그에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 그것들은 내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네가 그리하면 나는 감사의 은혜를 주겠노라."

 

('생각하는 동화'중에서 - '기도' 전문) 

 

 

 날고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애늙은이'라는 별명을 가진 굴뚝새가

 오늘도 굴뚝위에 앉아서 시름에 젖어 있었다.

어미 참새가 아기 참새를 데리고 굴뚝위로 날아가면서 말했다.

 

"걱정은 결코 위험을 제거한 적이 없다."

"그리고 걱정은 결코 먹이를 그냥 가져다 준적이 없으며,

눈물을 그치게 한 적도 없다."

 

아기참새가 말 참견을 하였다.

 

"엄마, 걱정을 그럼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나요?"

"네 날개로, 네 발로 풀어야지.

어디 저렇게 한나절 내내 걱정할 틈이 있겠느냐?"

 

어미 참새가 창공으로 높이 날며 말했다.

 

'걱정은 결코 두려움을 없애 준 적이 없어.

날고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지."

 

이때, 아래에서 총소리가 울렸다.

굴뚝위에 앉아서 걱정에 잠겼던 굴뚝새가

 땅으로 뚝 떨어지고 있었다.

 

('날고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전문 )  

 

 

 정채봉 / 동화작가

 

  

 

동화작가 정채봉님은

1946년 전남 순천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꽃다발'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그후 대한민국문학상, 새싹문학상, 불교 아동 문학상,

동국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깊은 울림이 있는 그의

동화들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어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 한국동화작가로는 처음으로 동화집 <물에서 나온 새>가

독일에서, <오세암>은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 되었다. '오세암'은 지금도 동화의 소재와

주제를 확장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이 작품으로 제 4회 노마콩쿠르에서

 입상하였다. 모교인 동국대학교, 문학아카데미 등을 통해

 숱한 후학을 길러온 교육자이기도 했다.

 

 출처 : 생각하는 동화 7, 정채봉, 샘터사 1997

      정채봉잠언집, 정채봉, 샘터사 2008

 

Posted by 남한강 03.12.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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