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시(詩)를 찾아서[1]

저녁 산/ 배문성

꿈꾸는 초록강 2008. 10. 4. 20:21

저녁 산

 

배문성

 

 

혼자 깊어가는 너를 어쩔 것인가

멀고 또 멀어, 끝없이 사라지고 있는 저 산자락 앞에서

오늘이 마지막인 것들이 차례로 찾아와

저물고 있다

 

삶을 매듭짓는 방식은

이렇게 저무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도 모르게

그냥....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견디는 것이란

상처란 상처는 다 끄집어내,

죄값을 묻고 또 물어

스스로를 괴롭히고 난 뒤에도

살아남는 것

 

그래......견디는 것이란

한없이 넘어가는 저녁 산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는 것

 

오래 견뎌온 상처들이 하나씩 둘씩 밀려오는 저녁

상처를 내려놓은 삶들이 천천히 사라지고

저녁 산은 끝없이 아득한 저 너머로 넘어간다

 

(현대문학,2006년 10월호에서)

 

Posted by namhanriver 04.1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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