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
배문성
혼자 깊어가는 너를 어쩔 것인가
멀고 또 멀어, 끝없이 사라지고 있는 저 산자락 앞에서
오늘이 마지막인 것들이 차례로 찾아와
저물고 있다
삶을 매듭짓는 방식은
이렇게 저무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도 모르게
그냥....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견디는 것이란
상처란 상처는 다 끄집어내,
죄값을 묻고 또 물어
스스로를 괴롭히고 난 뒤에도
살아남는 것
그래......견디는 것이란
한없이 넘어가는 저녁 산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는 것
오래 견뎌온 상처들이 하나씩 둘씩 밀려오는 저녁
상처를 내려놓은 삶들이 천천히 사라지고
저녁 산은 끝없이 아득한 저 너머로 넘어간다
(현대문학,2006년 10월호에서)
Posted by namhanriver 04.1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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