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시-저녁노을의 타는 술잔을
이창윤 詩人
한 세상에서
다른 한 세상으로 날으는 새가
깃털을 털고 있었다
그 커다란 날개 아래로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천년 전에 처음으로 울었던 종소리가
다시 서쪽 하늘에 퍼졌다가
내 가슴에서 그 여운을 걷어
돌아가고 있었다
이루지 못할 인간의 꿈이 슬퍼서
서쪽 하늘은
더욱 곱게 불타는데
뉘우침이 없는 삶이라면
저녁노을의 타는 술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리
내가 이 세상 살러 온 일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하더라도
젖은 가슴 한자락을
누구에게 맡겨두고
내가 살고 갈 세상
이루지 못할 인간의 꿈이 슬퍼서
서쪽 하늘은
더욱 곱게 불타는데
달랠 수 없는 가슴으로
아득한 목마름으로
다시 기울여보는
저녁노을의 타는 술잔을.
글의 출처: 강물은 멀리서 흘러도, 이창윤 지음, 한국예술사, 1990
Posted by 남한강 /30.12.2009
'글밭 > 시(詩)를 찾아서[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년시(新年詩)-조병화 시인의 시(詩) (0) | 2010.01.01 |
---|---|
너를 위하여-김남조 시인의 시(詩) (0) | 2009.12.31 |
아버지의 자장가-김현승 시인의 시(詩) (0) | 2009.12.29 |
쓸쓸한 겨울에 읽는 시-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0) | 2009.12.26 |
성탄절의 시(詩)-나의 예물/크리스티나 로세티 (0) | 2009.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