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시(詩)를 찾아서[1]

송년시 - 저녁노을의 타는 술잔을 / 이창윤 시인의 시(詩)

꿈꾸는 초록강 2009. 12. 30. 22:14

 송년시-저녁노을의 타는 술잔을

이창윤 詩人

 

 

한 세상에서

다른 한 세상으로 날으는 새가

깃털을 털고 있었다

그 커다란 날개 아래로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천년 전에 처음으로 울었던 종소리가

다시 서쪽 하늘에 퍼졌다가

내 가슴에서 그 여운을 걷어

돌아가고 있었다

 

 

 이루지 못할 인간의 꿈이 슬퍼서

서쪽 하늘은

더욱 곱게 불타는데

뉘우침이 없는 삶이라면

저녁노을의 타는 술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리

    

 

내가 이 세상 살러 온 일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하더라도

젖은 가슴 한자락을

누구에게 맡겨두고

내가 살고 갈 세상 

   

  

 이루지 못할 인간의 꿈이 슬퍼서

서쪽 하늘은

더욱 곱게 불타는데

달랠 수 없는 가슴으로

아득한 목마름으로

다시 기울여보는

저녁노을의 타는 술잔을.

 

  

  

                                                 글의 출처: 강물은 멀리서 흘러도, 이창윤 지음, 한국예술사, 1990

 

            Posted by 남한강 /30.12.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