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잠언과 연꽃
법정 스님의 잠언과 연꽃 사진-Bahman Farzad
Bahman Farzad-Pink Red Lotus Flower
연잎의 지혜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없이 쏟아 버린다.
그 물이 아래 연잎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또 일렁이다가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 버린다.
이런 광경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어지거나 줄기가 꺽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Bahman Farzad - Lotus flower lit by the early morning sun
자기 자신답게 살라
어떤 사람이 불안과 슬픔에 빠져 있다면 그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시간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것이다.
또 누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잠 못 이룬다면 그는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을 가불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 쪽에 한눈을 팔면 현재의 삶이 소멸해 버린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항상 현재일 뿐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다면 여기에는 삶과 죽음의 두려움도 발붙일 수 없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자신답게 살라.
Bahman Farzad-Pink Red Lotus Flower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순간순간 자각하라.
한눈 팔지 말고, 딴생각하지 말고, 남의 말에 속지 말고, 스스로 살피라. 이와같이 하는 내 말에도 얽매이지 말고 그대의 길을 가라.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 너무 긴장하면 탄력을 잃게 되고 한결같이 꾸준히 나아가기도 어렵다. 사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라.
외로움
혼자 사는 사람들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살아가고 있으며,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기 마련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무딘 사람이다.
너무 외로움에 젖어 있어도 문제이지만 떄로는 옆구리꼐를 스쳐 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을 통해서 자기 정화, 자기 삶을 맑힐 수가 있다.
따라서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
Bahman Farzad-Pink Red Lotus Flower
존재의 집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생각이 맑고 고요하면 말도 맑고 고요하게 나온다.
생각이 야비하거나 거칠면 말도 또한 야비하고 거칠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그가 하는 말로써 그의 인품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말을 존재의 집이라고 한다.
Bahman Farzad-Pink otus Flower
삶에는 즐거움이 따라야 한다
삶에는 즐거움이 따라야 한다. 즐거움이 없으면 그곳에는 삶이 정착되지 않는다.
즐거움은 밖에서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인생관을 지니고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일상적인 사소한 것을 거치면서 고마움과 기쁨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
부분적인 자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자기일 때, 순간순간 생기와 탄력과 삶의 건강함이 배어 나온다.
여기 비로소 홀로 사는 즐거움이 움튼다.
Bahman Farzad-White Lotus Flower
인연과 만남
만남은 시절 인연이 와야 이루어 진다고 선가에서는 말한다. 그 이전에 만날 수 있는 씨앗이나 요인은 다 갖추어져 있었지만 시절이 맞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
만날 수 있는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가 시절 인연이 와서 비로소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만남이란 일종의 자기 분신을 만나는 것이다. 종교적인 생각이나 빛깔을 넘어서 마음과 마음이 접촉될 때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우주 자체가 하나의 마음이다. 마음이 열리면 사람과 세상과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 진다.
BahmanFarzad-White Lotus Flower
자신을 창조하는 일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일,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자신을 만들어 간다.
이 창조의 노력이 멎을 때 나무든 사람이든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온다. 겉으로 보기에 나무들은 표정을 잃은 채 덤덤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안으로는 잠시도 창조의 손을 멈추지 않는다.
땅의 은밀한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새봄의 싹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시절 인연이 오면 안으로 다스리던 생명력을 대지 위에 활짝 펼쳐 보일 것이다.
Bahman Farzad-Pink Red Lotus Flower 글의 출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지음, 류시화 엮음, 조화로운 삶,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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