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시(詩)를 찾아서[1]

가을 저녁의 詩-김춘수 시인의 시(詩)

꿈꾸는 초록강 2009. 10. 31. 17:56

가을 저녁의 詩

 김춘수 詩人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이 외로움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운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Posted by namhanriver / 31.10.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