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마음의 뜰

소로우의 산책길을 따라서...

꿈꾸는 초록강 2009. 9. 4. 11:22

 

소로우의 산책길을 따라서... 

   

 

마음속 자연의 집

 

내 마음 속에 담겨 있는 꼭 그만큼의 자연이 나의 집이다.

내가 온기를 피워 올리는 곳, 그곳만이 나의 유일한 집이다.

하지만 더위와 추위, 자연의 음향과 침묵에 공명하여 들판에

나가 있을 때 나의 주변을 맴도는 그 평정과 차분함을 함께

나눈다면, 바로 그곳이 나의 집이 된다. 주전자가 노래하고,

장작다발이 부스럭거리며, 시계가 벽에서 똑딱똑딱 소리를

내는, 그런 집과 다르지 않은

(1840년 12월 20일 일기)

 

 

이상적인 자연

 

사람에게도 이상적인 삶이 있듯이 이상적인 혹은 진정한 자연

보다 무한히 더 완전한 자연이 있다고 믿는다. 때때로 상상 속

에 그려지는 영광스러운 여름은 다른 어떤 곳에 있을까. 자연이

더 이상 사람에게 초자연적인 의미를 갖지 못할 때 무엇이 그것

을 대신할까? 자연의 작용 속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

고결한 풍경이 모두 사라져버린다면, 인간의 삶이 무슨 가치가

있을 것인가. 엘리시안 들판에서가 아니라면 누가 열의를 다해

오두막을 짓고 그 안에 깃들어 살 것인가?

(1840년 11월 2일 일기)

               

 

 " 삶은 야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생기 있는 것이 야성이다"  

 

  

 

야생이 주는 위안

 

야생의 땅은 소중하며, 소중한 만큼 사람들 가까이에 있다, 아주 오래전부  

터 마을은 정원에서부터 그 울타리에 이르기까지 야생 나무들의 혜택을 입

었다. 금방 파헤친 여우굴 옆에 쌓인 모래더미처럼 쑥 올라온 새로운 마을

을 가운데 두고, 그 둘레를 비뚤비뚤 두르고 있는 숲의 모습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다. 소나무와 단풍나무의

꼿꼿함은 오랫동안 이어온 자연의 활력과 엄정함을 웅변한다. 우리 삶에는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어치가 아직도 소리 높여 우는, 그런 배경이 주

는 위안이 필요하다.

(월요일, 콩코드 강과 메리멕 강에서 보낸 일주일)

 

 

자연의 깨달음

 

미지의 웅장함은 여행자의 사기를 드높인다. 숲속의 힘겹고 헐벗은 생활을

생각하다가 내가 찾는 마지막 위로는 이런 생활이 평범함의 밤주를 벗어난

것이라는 사실이다. 부서지는 파도는 우리를 하찮게 다루지 않기에 난파로

인한 괴로움은 덜어진다.  자연의 그 냉정하고 근엄한 신비를 깨닫고 나면

묵묵히 그에 따르게 된다. 폭풍의 무한한 장엄 속에서 흠뻑 젖은 선원은 위

로와 연민을 찾는다. 선원이 그렇듯이 폭풍 또한 정당한 존재다. 자연은 그

의 소리를 들어주었으며, 그도 자연의 연민을 실망시키지 않았끼 때문에,

그는 표류해 간 물가에에서 용감하게 숨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1841년 2월 19일 일기)

 

 

풍경과 인간의 영혼

 

이 순간 모든 자연과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 저기 울타리 위로 아침 일찍 날

아와 노래하는 참새들과 헛간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암닭들의 소리. 풍경과

인간 영혼의 주변을 장식하는 이 모든 것들. 나의 운명은 잠시 그 소리 부근

에서 서성인다. 위대한 자연의 여신은 자신의 암닭이 알을 몇 개나 낳았는지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1842년 3월 20일 일기)

 

 

1845년(28세) 소로우가 작은 도끼 한자루를 들고 들어가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던 월든 숲속의 월든 호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nry David Thoreau)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년-1862년)는 미국의 철학자이며 시인이

며  수필가이다.. 그의 일생은 물욕과 인습의 사회 및 국가에 항거해서

자연과 인생에 진실에 관한 파악에 바쳐진 고감하고 성스러운 실험의

연속이었다. 에머슴ㄴ과 함께 위대한 초절주의(超絶主義)철학자이며

미국 르네상스의 원천이었다. 또한 그는 자연과학자이기도 했다.

 

1817년 7월12일 미국 메사추세츠 콩코드에서 태어나 1833년 열 세살에

하버드대학에 입학하여 1837년에 졸업했다. 고향에서 교사생활을 시작

했으나 학생에 대한 체벌을 거부하다 2주일 만에 그만두게 된다. 이 사

건으로 평생 동안 돈독한 교분을 나누게 되는 에머슨을 만난다. 1839년

형 존과 함께 사설학교를 설립했다가 1841년 형의 건강 악화로 폐교를

결정한다.

1845년 스물여덟에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그는

1846년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항의하여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기도 했다. 1847년 서른에 월든의 오두막 생활을 정리하

고 에머슨의 집에 머물렀다.1849년 '시민불복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

는 연설문을 수정해 <미학>에 기고했고, 1845년 월든 초판 2000부가

출간되었다.

이후 소로우는 낭만과 해학을 두루 갖춘 독특한 문체로 미국 초월주의

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활동했다. 1862년 5월5일 마흔다섯의 일기로 고

향인 콩코드에서 생을 마감했다. 저서로는 21세기를 움직이는 19세기

의 책으로 평가 받는 대표작 <월든>과 <시민의 불복종><구도자에게

보낸 편지><산책><야생사과><일기>등이 있다.

 

  글의 출처: 산책,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박윤정 옮김, (주)양문,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