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시(詩)를 찾아서[1]
슬픔으로 가는 길-정호승 시인의 시(詩)
꿈꾸는 초록강
2009. 8. 16. 12:29
슬픔으로 가는 길
정호승 詩人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
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갈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
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
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헤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글의 출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열림원,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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