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리운 사람에게 - 아기가 되고 싶어요
- 엄마가 그리운 사람에게 -
아기가 되고 싶어요
아기가 되고 싶어요
정채봉
날마다 날마다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마구마구 울어서 엄마하고만 있겠습니다
할머니가 어르면 그 어름보다도 더 많이
까르르까르르 웃겠습니다
도리도리 짝짜꿍 진진진을 신나게 하겠습니다
자장자장 자장가를 불러주면 다디달게
콧물을 쬐끔 내놓은채로 잠을 자겠습니다
아기 꿈나라에 오는 천사들을
꼭 기억해 놓겠습니다
엄마와 구슬치기를 하였지요
그렇게 착한 엄마도 구슬치기를 할 때는 아주 떼쟁이셨어요.
나중에는 다 주시면서....
- 피천득(시인, 수필가) -
6학년 때 가출했다가 나흘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는 울기만 했습니다. 아이들 만화를 그릴 때마다
원고지에 눈물을 적시는건 그 때 엄마의 눈물입니다.
- 박수동(만화가)-
배가 아프면 지금도 엄마를 한없이 부르지요
내손은 약손이다. 내 손은 약손이다.
내 딸 배야 나아라
내가 엄마 흉내를 내지요. 눈물이 주루륵 흐르지요.
- 이종선(68세 서울 동작)-
엄마! 저를 보고 항상 개코라고 놀리셨어요. 음식 냄새를 잘 맞는다고요.
엄마, 저는 개코인가봐요. 엄마의 사랑의 냄새를 항상 맡을 수 있거든요.
- 조영호(29세 경기 성남)-
너희 어머니는 키가 너무 작구나 하고 주변 사람들이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저를 키워준 그 어려움이 어머니 키를 못자라게 했다는 것을....
- 한용철(19세 전북 전주) -
내가 네 살 때 돌아가신 엄마. 얼굴도 기억 못하는 나는
휘영청 푸른 달빛을 올려다 보면
슬픈 엄마가 나를 지켜 보시겠거니 생각하고 눈물을 훔쳤습니다.
- 심숙자(65세 화가) -
보름달이 뜨거들랑 바라보거라
나도 지구 한쪽편에서 너를 생각하며 달을 바라 보겠다
그러면 너는 외롭지 않을 거라던 엄마
- 최문숙(38세 미국) -
자다 화장실 가러 일어나기만 해도
"왜 어디 아프냐?"하고 가슴 철렁해 하시던 엄마.
난 가끔 '숙아야'하고 부르는 엄마 목소리를 환청처럼 들어.
그 때 엄만 분명히 일만 킬로미터 먼곳에서
내가 보고싶어 날 불렀을거야. 그죠?
오늘밤에도 단숨에 엄마 옆으로 가야지.
- 박경숙(30세 독일) -
엄마, 저 때문에 울기도 많이 하시고
다쳐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저보다 더 아파하셨죠.
세탁소를 운영하시며 힘들게 힘들게 저를 공부시키고 농구선수로 길러주신 저의
가장 큰 농구선생님이세요. 언젠가 엄마에게 약속했죠. 꼭 농구로 성공해서
자랑스런 아들이 되겠다고. 추석날 집에 돌아가 퉁퉁부은 엄마 손을 잡을 때마다
저의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제가 했던 약속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지요.
엄마, 저는 반드시 최고의 선수가 되어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겠어요.
- 문경은(삼성전자 농구선수) -
골목길이 기역자로 꺽어진 모퉁이에서 엄마는 늘 걱정스러운 눈길로
한손을 들어 '어서 가라'고 손짓 하셨지요.
이는 내가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영화 라스트신.
불이 켜져도 객석에서 일어날 수 없네요.
- 유경환(시인, 아동문학가) -
김점선 - 말, 파란 싸리잎
나는 국민학교 졸업 때까지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갔었지요.
창피했던 것은 고추를 달고 여탕에 가는게 아니라
옷을 벗는 엄마의 모습이었어요.
엄마는 우리들이 입다 버린 난링구*를 그대로 입고 있었으니까요.
난 알고 있어요. 그 난링구가 언젠가는 걸레가 되어
안방을 닦게 되리라는 것을.
걸레 엄마, 엄마따라 여탕에 다시 가고 싶어요.
*러닝셔츠
- 최인호(소설가) -
김점선 - CRANE
보고싶은 엄마! 그저 얼굴만 떠오릅니다.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은 엄마와 나 사이.
세상을 보게 해 주시고, 하늘나라로 가실 때는 신앙을 주시어
지금은 수도자로서 정진하며 엄마를 만날 날을 고대 합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편안히 쉬세요.
- 임 비비안나 (29세 수녀) -
김점선 - rural air
갓 태어나서 엄마라는 두 글자를 부르기 전에
하늘나라에 가신 엄마!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지만 엄마 사랑해요.
저를 이 세상 빛을 보게 해주셔서요.
엄마, 제 아이들만큼은 실컷 엄마라는 두 글자를 수없이 불러보게 할래요.
늙어 죽어 하늘나라에서 만날 수 있다면 꼭 껴안으며
"엄마!"라고 부를래요.
- 김순례(30세 전북 순창)
김점선 - 그리움
엄마! 제가 일등을 했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우체부 아저씨보다 빨리 달려가서 보여 드릴게요.
- 구창본( 10세 경북 안동) -
김점선 - 환희
비가 내리면 장화, 우산 들고 시골 간이역에 쭈그리고
앉아 몇시간이고 기다리시던 엄마 생각이 나요.
손전등까지 비춰주시고 가방도 들어주셨지요.
그때 가방은 괜찮다고 그럴걸......
- 하분선 ( 33세 부산 동래) -
김점선 - thistle
엄마 손금 뵈준다며 끌어 펼친 엄마 손에
이십년 식당 일에 수천 갈래 손금들.
당황한 기색 애써 감추며 이렇게 얘기했죠.
" 엄만 말년운이 좋아요."
엄마! 제가 꼭 행복하게 해드릴래요.
- 김태훈( 23세, 전남 광영)
김점선 - 그리움
수녀인 두 딸보다 더 열심한 기도 속의 엄마, 어쩌다
방문을 하면 "새 이부자리도 준비했는데 갈거야?"하며
서운해 하시는 그 음성을 뒤로하고 돌아설 때면 마음이 아려옵니다.
우리의 태몽 얘기, 엄마의 꽃밭 자랑도 더 많이 하고 싶으실텐데......
- 이해인(성베네딕도 수녀회 수녀, 시인) -
김점선 - my cloth in chidhood
Posted by namhanriiver
자료출처
1. 정채봉,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샘터 2006
2. 샘터,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 샘터, 1995
3. 사진, 그림: 2008 CALENDER COLLECTION, 삼화 문화,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