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초록강 2008. 10. 22. 14:17

노을

조태일

 

 

저 노을 좀 봐.

저 노을 좀 봐.

 

사람들은 누구나

해질녘이면 노을 한 폭씩

머리에 이고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서성 거린다.

 

쌀쌀한 바람 속에서 싸리나무도

노을 한 폭씩 머리에 이고

흔들거린다.

 

저 노을 좀 봐.

저 노을 좀 봐.

 

누가 서녘 하늘에 불을 붙였나.

그래도 이승이 그리워

저승 가다가 불을 지폈냐.

 

이것 좀 봐.

이것 좀 봐.

내 가슴 서편 쪽에도

불이 붙었다

 

 

 

 

1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