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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대하여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꿈꾸는 초록강 2008. 9. 29. 17:47

        - 그리움에 대하여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illustrated by 小谷智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드려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이라는 말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리움을 왜 그리움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누가 맨 처음에 그리움을 그리움이라고 말했는지

어릴 때는 그것이 몹시 궁금했습니다.

 

" 우리가 쫓겨나지 않는 낙원은 그리움 뿐이다"

 

20년전 어느 문학 강의시간에 작고하신 김요섭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인데 그 다음 시간에 황금찬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시더군요. 두 분 다 어느 시인이라고만 하셨는데

아마도 아주 오래전 옛 시인이 말씀하셨나 봅니다.

행운은 일생에 한번이나 두번 올까 말까 하고

어쩌면 평생 행운이라는 것이 안올지도 모르고

어떤 행복도 오래 지속되지가 않으며

지금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기뻐해도 그 기쁨이

내일은 슬픔으로 변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리움이라는 집은 누구나 가질수 있지요.

그렇지만 그리움이 아무리 쫓겨나지 않는

유일한 낙원이라지만 그리움이 깊은 것은

사람을 아프게 하고 끝없이 목마르게 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스승과 제자의 대화 중에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제자 : 선생님 100년을 살고보니 인생이 어떻습니까?

   선생 : 얘야, 인생이란 한 컵의 냉수란다.

   제자 : 아직도 목이 마르세요?

   선생: 얘야, 인생은 끝없는 목마름이란다.

 

저는 이 글의 스승이 말한 목마름을 그리움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100년을 산 스승의 '인생은 끝없는 목마름'이라는 말씀에

제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득했겠지요?

이 글을 읽었을 때 저는 빨리 나이들어 마음속 뜨거움도 서늘해지고

끝없는 목마름도 좀 가라앉고 그러길 바랬던 젊음이었기에

 100년이 가도 지속될 목마름에 아득해지더군요.

이 글을 읽은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그 때와 똑같이 그리운것이 많은걸 보니

저는 아직 낙원에서 쫓겨나지 않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무언가가 늘 그리우시지요?

아직 낙원에 계신 겁니다.

by 남한강

 

Posted by namhanriver 29.0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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