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대하여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그리움에 대하여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illustrated by 小谷智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드려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이라는 말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리움을 왜 그리움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누가 맨 처음에 그리움을 그리움이라고 말했는지
어릴 때는 그것이 몹시 궁금했습니다.
" 우리가 쫓겨나지 않는 낙원은 그리움 뿐이다"
20년전 어느 문학 강의시간에 작고하신 김요섭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인데 그 다음 시간에 황금찬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시더군요. 두 분 다 어느 시인이라고만 하셨는데
아마도 아주 오래전 옛 시인이 말씀하셨나 봅니다.
행운은 일생에 한번이나 두번 올까 말까 하고
어쩌면 평생 행운이라는 것이 안올지도 모르고
어떤 행복도 오래 지속되지가 않으며
지금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기뻐해도 그 기쁨이
내일은 슬픔으로 변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리움이라는 집은 누구나 가질수 있지요.
그렇지만 그리움이 아무리 쫓겨나지 않는
유일한 낙원이라지만 그리움이 깊은 것은
사람을 아프게 하고 끝없이 목마르게 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스승과 제자의 대화 중에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제자 : 선생님 100년을 살고보니 인생이 어떻습니까?
선생 : 얘야, 인생이란 한 컵의 냉수란다.
제자 : 아직도 목이 마르세요?
선생: 얘야, 인생은 끝없는 목마름이란다.
저는 이 글의 스승이 말한 목마름을 그리움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100년을 산 스승의 '인생은 끝없는 목마름'이라는 말씀에
제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득했겠지요?
이 글을 읽었을 때 저는 빨리 나이들어 마음속 뜨거움도 서늘해지고
끝없는 목마름도 좀 가라앉고 그러길 바랬던 젊음이었기에
100년이 가도 지속될 목마름에 아득해지더군요.
이 글을 읽은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그 때와 똑같이 그리운것이 많은걸 보니
저는 아직 낙원에서 쫓겨나지 않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무언가가 늘 그리우시지요?
아직 낙원에 계신 겁니다.
by 남한강
Posted by namhanriver 29.09.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