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사진/Photography

구름 따라서 떠나 볼까요-Photo by Evance

꿈꾸는 초록강 2008. 9. 2. 12:34

구름따라 떠나 볼까요

Photography by Evance

 

 

들길 끝에 구름이 집을 지었길래 내일 꼭 가봐야 겠다고 작정하고

다음날 찾아 갔었죠. 그런데  어쩌지요?

구름은 새집 지으러 이미 떠나고 없었어요.

 

 

 그날은 아주 가까이 들길 바로 가까이에 구름이 집을 지었어요.

 내일로 미루지 않고 곧바로 숨차게 달려갔지요.

어머나~ 고맙게도 구름이 한참동안이나 들길 끝 하늘에 머물러 있었답니다.

 

 

 구름이 머문 곳은 들길 끝만이 아니었어요.

강변을 감싸돌며 위로 아래로 두둥실 두둥실 사르륵 사르륵 옮겨 다니며

강물속에까지 스며들어 흔들 흔들 그네도 타고 뱃놀이도 했어요. 

구름이 머무는 동안 강은 기쁨으로 출렁였답니다.

강물의 가슴은 깊고도 깊어 너무 캄캄했거든요

 

 

깊고 푸른 강심에 흰구름 두둥실 떠돌며 노닐 때 

강은 꿈꾸는듯 노래하는듯 춤을 추는듯 향기로운 술에 취한듯

그렇게 행복하고 아름다웠답니다. 그러나 구름은 금방 떠나 버렸어요.

 

 

 구름은 절대 한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래 있지도 않아요.

구름의 발길은 너무나 빠르고 구름의 마음은 너무나 쉽게 변합니다

 구름의 발길을 잡을 수가 없지요. 한곳에 머무를 수 없는게 구름의 운명

 

  

강도 나무도 아무리 고운 꽃일지라도 구름의 발길을 잡아둘 수는 없어요.

제 아무리 아름다운 몸짓과 미소로 사로잡을지라도 구름은 곧 떠나지요.

 

 

                                         그런 구름을 사랑할 필요가 있냐구요?

그렇게 가볍고 그렇게 쉽게 떠날 구름을 사랑하면 슬프겠지요?

그래요. 맞습니다. 그러나 구름은 의리가 있어요.

 

 

꼭, 또 다시 찾아온답니다. 어느 구석진 들판의 작은 들꽃 하나라도

잊지않고 다시 찾아와 어루만져 준답니다.

" 너 참 예쁘게 자랐구나. 아름답게 꽃 피었구나"

부드러운 손으로 어루만져 준답니다.

 

 

 

 구름은 우리에게 닥쳐올 무서운 폭풍우를 예고해 주기도 하지요.

구름이 경고하는 말을 잘 들으면 우리에게 닥치는 재난을 조금은

피해갈 수가 있어요. 그래서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 얘들아, 구름봐라 소낙비 오겠다. 장독 뚜껑 덮어라! "

소리치시고는 어머니는 마당에 널어 놓은 빨래를 서둘러 걷었고

  햇볕에 곱게 말린 빨간 고추를 멍석에 둘둘 말아 서둘러 피신시켜 

겨울 끝까지 갈 고추의 고운 빛깔과 매운 맛을 지키셨지요 

 

 

 그래서 구름의 발길은 바쁘고 한곳에 머룰 수가 없어요.

들판을 휘돌아 산을 너머 이제 바다로 갑니다.

 

 

 

 성난 얼굴의 구름이 점령군처럼 떼뭉쳐 바다로 가면 어부들은 서둘러

항구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구름의 경고를 무시한 사람들은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바다에서 떠돌게 된다지요.

 

 

 우리의 삶에도 검은 구름이 마구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 두려워하지 않기로 해요. 자주 듣는 이야기겠지만

구름뒤에 숨어 있는 햇님을 기억하자구요.

 

 

바람 멈추고 비도 그치면 구름은 다시 빛나는 흰 얼굴이 되어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며 꽃처럼 하늘을 수 놓고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는 사랑스런 푸른 들판에는

꿈처럼 고운 무지개 하나가  하늘 다리되어 쭉 뻗어 있을 겁니다. 

 

 

 이제 가을도 떠나 갑니다.

구름 따라서 한번 떠나 볼까요?

 

에이~ 귀찮어. 혼자 갈래요! ^^~

 

Posted by namhanriver 200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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