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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날 암행어사 이정길아저씨를 만났다 - 25년전 가을 소풍날 있었던 일

꿈꾸는 초록강 2008. 8. 28. 14:16

유치원시절을 추억하며 (2) 

 

소풍 날, 암행어사 이정길아저씨를 만났다 

 

 

민속촌으로 가을 소풍을 갔다. 민속촌에는 초가집만 많고 놀이기구도

없어서 우리들은 골이 잔뜩나서 입을 쑥 내밀고 엄마들을 달달 볶았다.

" 헤잉~재미없어!! 시시해~ 엄마 우리 대공원가자 ! "

 떼를 박박쓰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때는 9월. 가을이라고 하지만 꽤나 햇볕이 뜨거웠다.

땀은 콧등에 송글송글 맺히고 입은 바작바작 타오르는데

민속촌은 어찌나 넓은지 한바퀴 돌며 견학하는데 완전 고문이었다.

선생님도 너무 힘드셨는지 " 여러분, 우리 잠깐만 쉬기로 해요."라고 하셨고

모두들 각자 흩어져 휴식을 겸한 자유시간을 가지려는 찰나였다.

 

" 와아~ 암.행.어.사.아자찌다! 암행아자찌다 아~ 아~ ! '

 

병아리반 제일 꼬마인 아롱이가 혀짧은 발음으로 크게 외친 것이다.

아롱이는 민속촌이 짜랑짜랑 울리도록 소리쳤고 모두들 어디어디하며

암행어사를 찾기시작했다. 와~진짜였다. 암행어사 뿐이 아니었다.

마침 촬영날이어서 암행어사 출연진이 모두 장소 이동을 하는 중이었다.

암행어사 이정길아저씨를 발견한 순간부터 우리는 생기충만하여

와르르 달려가 아저씨의 다리며 손이며 어디 할것없이 매달려

사진 찍어달라고 쌩 난리를 쳤다. 하이고~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엄마들이 더 난리가 났다. 완전히 우린 뒷전이었다.

한 사람씩 일일히 아저씨와 팔짱끼고 이중창 촬영을 하질않나

이정길아저씨 뺨에 뽀뽀를 하질않나 옷고름을 풀질않나 캬~ 정말 심각했다.

이정길아저씨가 누구인가? 바로 당대 최고의 꽃미남이요 훈남이며

모든 여인들의 로망이 아니었든가. 그 분을 직접 만났으니 오죽했겠느냐구요. 

촬영은 지연되고 집에 갈 시간은 다가오는데 아저씨를 놓아주질 않고

드디어 선생님이 비장한 목소리로 크게 말씀하셨다.

 

" 어머니들! 제발 이제 그만 하세요.

여러분들이 자꾸 촬영을 방해하시면

다음주 암행어사를 못보게 됩니다 ! "

 

 선생님의 협박아닌 협박에 엄마들은 겨우 진정을 하고 마지막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이정길아저씨가 선생님을 위해

한 장 더 찍자고 하신 것이다.

 단체 사진을 찍고 흩어진 뒤라 인원이 많지 않아서

뒷전에 밀쳐있던 애들도 꼽사리 껴서 찍었다. 

 아~ 그 때, 그 순간의 감격을 난 결코 잊지 못한다.

 

" 선생님! 이리 오세요 한장만 더 찍죠.

선생님은 어린이들 촬영해 주시느라

한 장도 못 찍으셨잖아요."

 

이렇게 자상하게 말씀하시며 뒷전에서 사진 촬영만 하시던

선생님을 배려하신 것이다. 선생님은 얼굴 빨개지시며 옆에 서 셨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 이 사진인 것이다.

이정길 아저씨는 마음도 꽃미남이요, 매너도 훈남이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의 이상형은 이정길아저씨로 정해 버렸다.

 

 

단체 사진 확대한 거예요.

<25년 전 가을, 민속촌에서> 

 

 

 꺄올~~ 정말 대단하시다!!

왼쪽은 현재의 모습,오른쪽은 40대 중반쯤인가요?

그리고 우리들이 뵈었을 때는 40세 되시던 해네요.

참고로 이정길님은 1944년생이십니다.

그 때 사실 전 엄마들이 참 주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하니 엄마들의 나이가 많아야 35세, 젊은 엄마는

27세, 28세도 많았으니까 지금 서태지 원조 팬들과

 결코 다르지 않은 감정이었을것 같아요.

가을이 오면 민속촌 가을 소풍이 생각나고 함께 떠오르는

그리운 이정길아저씨의 멋진 모습!!

그 모습을 지금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Posted by namhanriver, 08.28.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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